♥ 복음 말씀 ♥
+. 안식일 다음 날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섰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 클레오파스라는 이가 예수님께,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 하고 말하였다.
1예수님께서 “무슨 일이냐?” 하시자 그들이 그분께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에 관한 일입니다. 그분은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셨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이 그분을 넘겨, 사형 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 박히시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지도 벌써 사흘째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 가운데 몇몇 여자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새벽에 무덤으로 갔다가, 그분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천사들의 발현까지 보았는데 그분께서 살아 계시다고 천사들이 일러 주더랍니다. 그래서 우리 동료 몇 사람이 무덤에 가서 보니 그 여자들이 말한 그대로였고, 그분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
그들이 찾아가던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는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하였다. 그러자 그들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와 동료들이 모여,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루카 24,13-35)
♥ 오늘의 묵상 ♥
제가 40일 동안 이냐시오 피정을 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피정을 거의 끝맺음할 무렵, 저는 주님 부활의 복음들을 관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부활하신 주님을 깊이 깨닫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좀처럼 저의 마음을 열어 주시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절망에 빠져 마무리 시간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복음 말씀을 관상하게 되었습니다.
관상을 시작하면서 엠마오로 함께 걸어갈 동료를 찾으려고 이 사람 저 사람 떠올려 보았지만
마땅히 마음에 와 닿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길을 걷자고 나서는 이가 있었습니다.
그분은 바로 저에게 피정 지도를 하고 있는 신부님이셨습니다.
저의 관상 기도 속에서 그분과 저는 복음 속의 제자가 되어 엠마오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엠마오에 도착할 때까지 부활하신 주님께서 도무지 나타나시지 않았습니다.
결국 엠마오에 도착해서 주님 없이 둘이서 빵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요? 함께 빵을 나누던 신부님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예수님께서 앉아서 저에게 빵을 건네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너무나도 놀라고 감격스러워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피정 내내 그토록 찾던 주님께서 바로 저의 영적 지도 신부님과 함께 저를 이끌고 계셨던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이렇게 우리 인생길의 동반자 안에서 엠마오 여정을 재현해 주십니다.
내가 절망에 빠져 시름에 젖어들 때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의 이웃을 통하여 다가오십니다.
주님께서는 또한 내 삶을 빌려 또 누군가에게 부활하신 주님으로 다가가십니다.
그러니 우리 인생길에서 만난 사람그 누구도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이렇게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안에 현존하시기 때문입니다.
성부와 성령과 함께..
2011년 4월 27일
H-S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