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여행

헝가리 - 다뉴브(도나우)강의 진주 부다페스트─ 왕사강 (캐나다)님

H-Simon 2011. 10. 8. 22:29
헝거리 수도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길에

 

고풍스런 유럽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Grand Praha Hotel의 정갈한 부페식 아침식사를 마치고
여장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고속도로 주변은 끝없는 초원의 지평선이다.
아침 햇살을 손짓해 불러 안은 지평선에 걸려 서 있는 나무들이 어째 우울해 보인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서 읽었던 김춘수님의 시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이 떠오른 이유가 있었을까?
 
"다뉴브강에 살얼음이 지는 東歐의 첫겨울
가로수 잎이 하나 둘 떨어져 딩구는 황혼 무렵
느닷없이 날아온 수 발의 소련제 탄환은
땅바다에 쥐새끼보다도 초라한 모습으로
너를 쓰려뜨렸다.
......
너는 열 세살이라고 그랬다."

 

어둡고 암울한 시구가 자꾸 떠오르며 처음 찾아가는 도시 부다페스트가 궁금하다.
허지만 버스차창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스쳐온 동유럽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그대로다.

 

 
그리고, 개혁의 물결이 요동치고 있는 나라 헝가리는 공산 이데올로기가 무너지고 있는
동구권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고,
풍부하게 진열된 상품과 저렴한 물가, 다뉴브강의 아름다운 풍경은 
여행객들을 무한히 즐겁게 해 준다고 들었는데...
 
 
 

 

 

 

 

 

 

 

 
버스에서 내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찾아가던 부다페스트 시가지의
한 모습에서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Mcdonald, IKEA, CUBA여행 광고판,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찾아간 식당은 한국인 현지 가이드가 안내하는 한식당 '한국관'이다.
  큰 거리에 버스를 세워두고 조금 걸어 들어가니 허름한 아파트 건물 코너에 식당이 있었다.
벽돌이 부스러지고 있는 오랜된 한적한 서민 아파트 골목을 들어서면서
부다페스트는 다시 어둡고 우울한 회색의 도시가 되어 나를 잠시 우울하게 했다.
그리고 그런 골목길의 귀퉁이 분위기를  똘똘 말아쥐고 서 있던 '한국관' 간판이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냥 예사로 지어지지 않은
건물을 눈여겨 바라보면서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미리 준비되어 있는 식사는 소세이지가 둥둥 떠있는 부대찌개(?)와 몇 가지 안되는 기본 반찬에
흰 쌀밥이었다. 그리고 LA에서 가지고 온 통조림 깻잎에 구운김이 곁들여진 점심식사는 
 4일간 한국음식을 대하지 못한 탓인지 불평없이 잘 먹고 나왔다.
마른 잎이 딩구는 부다페스트 서민 아파트촌 뒷골목을 걸어나오는데 낯익은 고물차 한 대,
분명 'DAEWOO  Matiz'다. 가운데 대우회사 마크가 선명하다.
서울의 뒷골목 어디엔가 저 고물차가 서 있을까. 동유럽 사람들은 절약절약하며
산다는 현지 한국인 가이드가 전해주던 말이 채찍으로 와 내 귀를 때린다.
한국관 2층으로 줄이어 올라가면 한국인 관광객들도 보고 지나갔을까?

 

 

겔레르트 언덕에 오르니 아름다운  다뉴브강과 부다페스트가

 

겔레르트 언덕은 서울의 남산처럼 부다페스트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으로 부다 왕궁의 언덕 남쪽에 있는 해발 235m의 바위산이다.

고운 두 여인이 겔레르트 언덕에 있는 벤치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다뉴브강

양안에 펼쳐있는 부다페스트를 조망하고 있다. 열 세 살의 헝가리 소녀는 아니다.

소련의 공산 폭정에 항거하여 일어선 헝가리의거(1956년)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소련의 진압군 탄환에 무참히 쓰러진 소녀의 모습은 이제 사라진지 오래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경쾌한 선율이 묻어 유유히 흐르는 다뉴브강,

동양적 감성이 숨어 흐르는 예술품들과 건축물을 간작한 부다페스트는 아름다웠다.

 

부다페스트는 14세기부터 헝가리제국의 수도였던 '부다'와 상업 중심지였던

'페스트'가 합쳐진  도나우강(獨語/ 헝가리어 두나:Duna)을 기준으로 부다 지구는

겔레르트 언덕과 부다왕궁이 있으며 페스트지구는 국회의사당과 상업지구 등이 위치한다.

 

 
겔레르트 언덕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다뉴브강과 부다페스트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 윤심덕의 노래 <사死의 찬미>가 가슴을 스치고-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적막한 고해에 /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다뉴브강의 잔물결'이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으나 애수를 띤 특유의 선율은 동유럽적인 분위기를 지닌다.
루마니아 초대 군악대 총감독을 지낸 이바노비치가 1880년 군악대를 위한 곡으로 작곡된 곡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수가 부른 최초의 대중가요라고 하는 <사死의 찬미>는 이 곡을 편곡하여 부른 노래이며,
미국에서는 Anniversary Song(기념일의 노래)으로 편곡되어 불리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이다.
이 곡은 간혹 애잔한 선율이 섞여 나오기는하지만  아침에 들으면
하루를 활기차게 출발하기에 더 없이 좋은 왈츠곡이라고.
 
 
독일 영화 <Gloomy Sunday> 촬영지  '세체니 다리'가 보이고...
 
부다와 페스트 사이를 흐르는 다뉴브강에 놓인 8개의 다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다리 세체니 다리는
다리 건설에 공헌한 '세체니 이슈트반 백작의 공을 기리기 위한 헌수교로 다리가 시작되는 양쪽에 혀 없는 사자
네 마리가 있어 사자 다리, 최초의 사슬교로서 체인으로 만들었다 하여 체인교(Chain bridge)라고도 한다.
 
 
 영화 <우울한 일요일>에서 여주인공이 이 '세체니 다리'에서 자살함에 따라 그 영향으로
수많은 유럽 젊은이들이 이 곳에 와서 자살했다는 다리가 바로 이 곳이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는 헝가리 피아니스트 '레조 세레스'의 노래 Gloomy Sunday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영어 번안곡을 1941년 '빌리 홀리데이'가 불러서 유명해졌고, 1969년에는 '레이 찰스'가 불렀다.
비운의 천재 '레조 세레스' 역시 자살했는데 죽음의 순간 그 또한 '글루미 선데이'를 듣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곡을 일명 '자살 교향곡, 자살자의 찬가'라고도 한다.
 
"우울한 일요일에/ 내가 흘려보낸 그림자들과 함께
모든 걸 끝내려 하네 / 곧 슬픔으로 가득찬 꽃들과 기도가 바쳐질거야
아무도 눈물 흘리지 말기를/ 난 기쁘게 갔다는 걸 알아 주기를..."
 
하얀 체인 걸린 '세체니 다리' 아래로 하얀 유람선이 지나가고 있다.
 
혀 없는 사자상을  뒤로 하고 끝임없이 관광버스들이 지나가고 있다.
 
 

 

해방기념탑(헝가리 자유위 여신상)이 있는 치타델라 요새

 

이 요새는 합스부르크왕가가 헝가리를 감시할 목적으로 1851년에 세웠다고 한다.

벽면에는 2차대전 때 독일군에 저항한 총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2차대전 때 나치로부터 해방시켜준 소련군을 위해 세워진 해방 기념탑이 있다.

 

 

높이 14m로 모스코바 쪽을 향하고 잇으며 탑 위에는 종려나무를 높이 들고 있는 여신상이 있다.

기념탑 아래에 원래 두 명의 소련군 동상이 있었는데 1989년 동유럽 자유화 이후

억압의 상징이었던 소련군 동상을 치웠다고 한다. 

 

 

헝가리 대통령 집무실

 "저 건물에 누가 있을 것 같습니까?"  가이드의 물음에 아무도 답을 내지 못한 건물.

바로 헝가리 대통령의 집무실입니다. 한국의 청와대와 비교해 보십시오.

경비가 너무 소홀한 건 아닌지요? 부끄럽지만 저는 아직 청와대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유럽 연합기와 헝가리 국기만 나란히 세워져 있는 건물에는

경비원이나 근위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옆 건물은 국립미술박물관, 베토벤이 잠시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대통령 집무실 옆에서 나이가 듬직한 거리의 악사가 관광객들과 어울려 연주를 한다.

부다페스트는 이제 회색의 도시가 아닌 자유의 물결이 출렁이는 곳이 된 것인지. 

 

 
부다페스트의 상징 - 부다 왕궁

겔레르트 언덕 남쪽에 있는 부다 왕궁은 부다페스트의 상징이다.

13세기에 세워진 것으로서 일반인에게 공개되지는 않지만 역사 박물관, 헝가리 노동운동 박물관,

국립미술관은 공개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왕궁은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의 모습은

1950년 완성된 것이다. KBS '아이리스' 촬영지라고 한다.

 

 

왕궁 정원에 있는 유물이 발굴된 곳

 

다뉴브강이 보이는  왕궁

 

 

 

헝거리 건국의 아버지를 낳았다는 전설의 독수리

독수리는 마자르족 전설 속의 새다.

 

 

 

 

부다 왕궁 중앙 돔

 
 

 

동화속의 건물 같은 어부의 요새

어부의 요새는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뾰족한 고깔 모양의 일곱 개 타워로 설계되어 있다.

각 타워들은 수천년 전에 나라를 세운 일곱 개의 마자르족을  상징한다.

하얀색의 화려한 성벽과 마차시 교회까지 뻗어있는 계단은 관광객으로

하여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다.

 
어부의 요새

 

어부의 요새 성벽에서 바라본 페스트 지역

 

국회의사당

네오 고딕 양식의 국회의사당은 1902년에 완성된 건물로

길이가 268, 높이가 96m나 되는데 헝가리 민족이  최초로 유럽에 정착한

896년을 기념하기 위해 높이를 96m로 지었다고 한다.

1956년 반공의거혁명 때에는 탱크로 진압하는 소련군과

맞서 치열하게 싸우던 곳이기도 하다.

 

 

마차시 사원(Matthias Templon)

13세기에 지어진 고딕식 건물로 역대 헝가리 왕들이 대관식을 올렸던 곳이다.

마차시라는 이름은 1470년 마차시 왕의 명령으로 교회 첨탑이 증축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16세기에 부다가 터키에 점령당하면서 '모스크'로 변했다가,  17세기에 다시 카톨릭 교회로 돌아왔고,

18세기에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축되었다. 그 후에 슈레크의 개축으로 본래의 모습인

고딕 양식을 기본으로 한 현재의 건물이 완성된 것이다.

 

역사적인 이유로 내부는 이슬람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여러가지 원색 타일을 사용한 지붕과 내부 장식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여름철의 금요일 미사 때에는 리스트와 코달리의 음악이 연주되기도 한단다. 

 

 

 

 

저녁 식사를 했던 식당도 퍽 인상에 남는다 .

4인조 악단이 테이블을 돌면서 아리랑을 비롯, 우리가요,가곡 할 것 없이

우리말로 제목만 말하면 막힘없이 척척 연주해대던 잘 생긴 악사들이다.

육개장 맛이라던 굴라쉬(Gyula's)스프, 볶은 양파를 곁들인 스테이크가 나왔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다녀갔을까.

헝가리를 떠나며 뭔가 하나는 얻어가야 할텐데...

아직 손에 쥔 것이 없다. 

 

알타이 우랄계통의 언어를 사용하고, 몽고반점을 가진 서양 사람들이 사는 나라.

동양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나라, 헝가리는 아름다운 경관을 가졌지만 가슴 아픈

과거를 지닌 나라다. 우리의 처지와 닮은 것이 많은 나라다.

이제 유람선을 타고 다뉴브강의 야경을 구경하러 가는 시간이다.

내일은 음악의 도시 비엔나란다.

 

마차시 사원이 보이는 겔레르트 언덕의 야경

 

국회의사당의 야경

 

밤에 본 세체니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