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 복음 말씀 ♥
+.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내가 다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제자들이 이 말씀을 듣고 몹시 놀라서, “그렇다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눈여겨보며 이르셨다.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때에 베드로가 그 말씀을 받아 예수님께 물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무엇을 받겠습니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러운 자기 옥좌에 앉게 되는 새 세상이 오면, 나를 따른 너희도 열두 옥좌에 앉아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할 것이다.
그리고 내 이름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아버지나 어머니,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모두 백배로 받을 것이고 영원한 생명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마태오 19,23-30)
♥ 오늘의 묵상 ♥
‘출가’(出家)와 ‘가출’(家出)은 똑같은 한자를 앞뒤로 바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그 뜻은 참 다릅니다.
출가는 어떤 큰 뜻을 목적으로 하여 집을 떠나는 것이고,
가출은 다만 집을 나가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출가는 내적 자유를 위해 세속적인 인연과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집을 떠나는 것이기에 종교적 의미가 강합니다.
그러나 가출은 어떤 짐이나 문제를 벗어 버리려고 집을 나가는 것이기에 도피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출가는 단순히 살던 집을 떠나는 것이 아니며, 마음이 붙잡혀 있는 곳을 향하여 집을 떠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에서도 어느 순간 또 다른 집을 짓고 그곳에 안주하고 싶은 순간이 옵니다.
살던 집은 떠났지만 어딘가에 다시 집을 짓고 거기서 머무르려는 순간부터
출가는 진정한 의미를 잃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야말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출가를 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예수님 말씀의 마지막 결론은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입니다.
출가는 단 한 번 ‘집’〔家〕을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집’(執)에서, 집착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그저 가출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사실 제자들의 출가는 그들의 집을 나왔을 때가 아니라,
주님 부활 이후 그 진리에 온전히 투신할 때에 이루어졌습니다.
신앙을 선택한다는 것은 굳이 사제나 수도자가 아니더라도 출가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집에 머물러 있어도 예수님의 가르침과 그 가치대로 산다면
그는 출가한 사람이 됩니다. 반대로 집을 떠나 있어도
세상 것에 대한 온갖 번뇌와 집착에 사로잡혀 있으면 그는 가출한 사람일 뿐입니다.
성부와 성령과 함께..
2011년 8월 16일
H-S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