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2/명상의 시간

어떤 날은

H-Simon 2009. 6. 18. 05:01

(어떤 날은 - 돌샘 이길옥님)

        
      <어떤 날은>
      
                 - 시 : 돌샘/이길옥 -
      어떤 날은
      취하고 싶어진다.
      이유도 없이
      잔을 비우고 싶어진다.
      어떤 날은
      울고 싶어진다.
      향 짙은 백합송이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기억에 남는 사람들의 얼굴들을 생각하다가도
      어떤 날은
      한없이 걷고 싶어진다.
      철철 넘쳐흐르는 빗속에서도
      어느 바람 부는 날에도
      홀로이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날은
      산에 오르고 싶어진다.
      어떤 날은
      해변에 가고도 싶어진다.
      가물거리는 물결 속에 뛰어들어
      오래고 기긴 사연으로 멍이 든 바다에 마음을 내리고
      그 사연을 들어보고 싶어진다.
      어떤 날은
      연륜이 저며 간
      신작로 가로수 곁에서
      홀로 우울해지고 싶어진다.
      또 어떤 날은
      방구석 깊숙히 들어앉아
      명상도 해보고 싶어진다.
      떨어져 내리는 꽃잎에서
      사랑을 느끼며
      어떤 날은
      진하게 사랑을 해보고도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