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늘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매년 돌아오는 사순 시기는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열린 마음으로 기도와 참회에 전념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묵상하는 이 거룩 한 사순 시기를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으로 시작합니다. 이 재의 수요일 전례는 회 개와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줍니다.
사순 시기에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회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 느님의 말씀에 비추어 지난날의 잘못된 점을 겸손하게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 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합니다. 사순 시기는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해 우리 자신을 끊 임없이 정화하는 시기이며, 하느님께서 우리를 거룩하고 신비로운 영적인 광야로 초대하시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근본적으로 회개란 우리가 멀어졌던 하느님을 향 해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우리 삶의 중심에 하느님을 다시 모셔오는 것입 니다.
사순 시기에 교회는 전통적으로 회개와 더불어 단식과 자선을 강조합니다. 그런 데 우리가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면서 절제와 희생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이웃과 고 통을 함께 나누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회개의 구체적인 표현이 나눔과 자 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모든 것은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사랑 안에서 이루 어질 때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 교구는 이번 사순절을 지난달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추모기간으로 정 했습니다. 김 추기경님께서 남겨주신 사랑과 감사, 나눔의 정신이 온 사회에 퍼져 나 가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입니다. 특별히 김 추기경님의 선종은 우리가 그동안 잊 고 있었던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과 나눔의 고귀한 정신을 일깨워주었습니다. 현재 우리에게 닥쳐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사랑입니다. 우리가 먼저 다른 이를 존중하고 사랑을 나누게 되면 우리 사회가 그만 큼 더 밝고 더 행복하게 될 것입니다. 이 거룩한 사순 시기에 우리 그리스도인만 아 니라 모든 국민들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모두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그 래서 우리 사회가 감사와 사랑, 나눔과 용서가 흘러넘치는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바 랍니다.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며 모든 인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전구를 통하여 여러분 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2009년 사순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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