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늘 신기한 일을 보았다.>

♥ 복음 말씀 ♥
+. 하루는 예수님께서 가르치고 계셨는데, 갈릴래아와 유다의 모든 마을과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도 앉아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힘으로 병을 고쳐 주기도 하셨다.
그때에 남자 몇이 중풍에 걸린 어떤 사람을 평상에 누인 채 들고 와서, 예수님 앞으로 들여다 놓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군중 때문에 그를 안으로 들일 길이 없어 지붕으로 올라가 기와를 벗겨 내고, 평상에 누인 그 환자를 예수님 앞 한가운데로 내려보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저 사람은 누구인데,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가? 하느님 한 분 외에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대답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느냐?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 그러고 나서 중풍에 걸린 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그러자 그는 그들 앞에서 즉시 일어나 자기가 누워 있던 것을 들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에 모든 사람이 크게 놀라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그리고 두려움에 차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가 오늘 신기한 일을 보았다.”
(루카 5,17-26)
♥ 오늘의 묵상 ♥
어떤 선교사가 아프리카의 어느 후미진 곳에 선교하러 들어갔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여인들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물을 길어 나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문명의 첨단을 사는 오늘날 그들이 너무나 미개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본국 친구들에게 협조를 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은 곧바로 그 마을에 수도 시설을 해 주었습니다.
마을은 집집마다 수도꼭지를 틀기만 하면 물이 콸콸 쏟아져 내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환성을 지르며 문명국에서 온 이 선교사에게 감사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물동이를 이고 힘겹게 물을 나르는 일도,
빨래 더미를 들고 우물 터에 갈 일도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점점 생기를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삶이 편리해진 사람들은 만남이 뜸해지면서 개인적이거나 이기적으로 변해 갔고,
마을은 점차 적막해져 갔습니다. 그제야 자신들의 변화를 알아채고,
그들을 그렇게 만든 원흉이 수도 시설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우물 터에서 물뿐만 아니라 삶의 사연들을 나누면서
가슴속에 하나 가득 삶의 생수도 길어 왔던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수도 시설을 부수고 우물 터를 복원하였습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다시 그리로 몰려들었고 마을은 다시 옛날의 생기를 찾았습니다.
이병호 주교님이 오래 전에 쓴 책 『신앙인의 사색』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인간의 만남과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해 주는 이야기입니다.
이웃 사람들이 함께 모여 주님 말씀을 듣고 사람의 정과 삶의 사연을 나누는 것은
우리를 영적으로 살아 있게 합니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공동체라고 했듯,
이웃과 사랑을 나누며 하느님을 체험하고 영적 생기를 회복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병자를 평상에 싣고 예수님께 데려옵니다.
그들은 사람들 때문에 예수님께 가까이 갈 수 없자 지붕의 기와를 벗겨 내고 그 병자를
예수님께 내려 보냅니다. 한 사람의 동료를 낫게 하고자 하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애틋하게 전해지는 장면입니다.
마을 공동체 사람들의 참여와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 사랑의 행위로 병자는 낫고 구원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런 사랑을 나눌 이웃 공동체에 참여하고 있습니까?
성부와 성령과 함께..
2011년 12월 5일
H-Sim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