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전승에 따르면 성 루카 복음사가는 시리아 출신으로 직업이 의사였다. 이교도로 알려진 그는 일찍이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여 바오로 사도의 전교 여행에 함께하였고, 바오로 사도가 순교하기 바로 전 로마에 그와 함께 머물러 있었다. 성인은 나중에 그리스로 가서 그곳에서 루카 복음과 사도행전을 저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인은 복음서를 통하여 예수님께서 가난한 사람, 버림받은 사람을 특히 사랑하시고 그들과 함께하시는 분이심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 복음 말씀 ♥
+. 그때에 주님께서는 다른 제자 일흔두 명을 지명하시어,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같은 집에 머무르면서 주는 것을 먹고 마셔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지 마라. 어떤 고을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받아들이면 차려 주는 음식을 먹어라. 그곳 병자들을 고쳐 주며,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 하고 말하여라.”
(루카 10,1-9)
♥ 오늘의 묵상 ♥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세상 한가운데로 파견하십니다.
그런데 제자들에게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마저도 지니지 말라고 하십니다.
제자들이 빈털터리로 길을 나섰으니 자신들은 물론이고
도와주어야 할 사람들을 만나도 그들을 도와줄 돈도 양식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세상과 무엇을 나눌 수 있는지요?
불교의 가르침에도 일곱 가지 보시(布施)가 있습니다.
우리가 꼭 물질적인 베풂만으로 덕을 쌓는 것이 아니라,
눈빛, 환한 웃음, 부드러운 말씨 이런 것이 다 좋은 업(業)을 쌓는 것이라고 가르치지요.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들이 가지고 간 것은 주님께 받은
사랑과 격려, 용기, 배려, 믿음과 같은 아름다운 미덕이었을 것입니다.
돈이나 식량으로 베풀면 한계가 있었을 터이지만,
그들이 가진 정신적 가치는 아무리 베풀고 나누어도 모자람이 없었을 것입니다.
저 자신을 둘러보아도 홀몸으로 사는 사제이지만 참으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 안 가득 쌓여 있는 책들, 부엌 가득 놓여 있는 그릇들,
텔레비전, 냉장고를 비롯한 각종 집기들 …….
사목적으로 사람들을 가르쳐야 하고, 때로는 접대도 해야 하고,
세상 정보를 얻으려면 모든 것이 필요하다고 제 삶을 합리화합니다.
그런데 신자들이 사목자에게 바라는 것은 훌륭한 지식도,
물질적 나눔도 아니며, 온갖 세상 정보는 더더욱 아닌 것 같습니다.
따뜻한 미소와 사랑, 격려, 용기, 배려와 같은 삶에 지친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평화를 주는 신앙의 가치들일 것입니다.
신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질적인 베풂과 나눔도 중요하지만,
먼저 따뜻한 마음과 부드러운 웃음부터 이웃과 나누어야 합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기꺼이 빈 몸으로 파견하실 수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성부와 성령과 함께..
2011년 10월 18일
H-Simon
주님, 당신께 충실한 이들이 당신 나라의 영광을 알리게 하소서.
주님, 모든 조물이 당신을 찬송하고,
당신께 충실한 이들이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당신 나라의 영광을 노래하고, 당신의 권능을 이야기하나이다.
주님, 당신께 충실한 이들이 당신 나라의 영광을 알리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