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말씀 ♥
+. 그때에 예수님께서 유다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유다인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이제 우리는 당신이 마귀 들렸다는 것을 알았소. 아브라함도 죽고 예언자들도 그러하였는데, 당신은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 하고 말하고 있소. 우리 조상 아브라함도 죽었는데 당신이 그분보다 훌륭하다는 말이오? 예언자들도 죽었소. 그런데 당신은 누구로 자처하는 것이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나 자신을 영광스럽게 한다면 나의 영광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를 영광스럽게 하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 너희가 ‘그분은 우리의 하느님이시다.’ 하고 말하는 바로 그분이시다.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분을 안다. 내가 그분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면 나도 너희와 같은 거짓말쟁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분을 알고 또 그분의 말씀을 지킨다. 너희 조상 아브라함은 나의 날을 보리라고 즐거워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기뻐하였다.”
유다인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당신은 아직 쉰 살도 되지 않았는데 아브라함을 보았다는 말이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
그러자 그들은 돌을 들어 예수님께 던지려고 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몸을 숨겨 성전 밖으로 나가셨다.
(요한 8,51-59)
♥ 오늘의 묵상 ♥
어느 수녀님이 친구 수녀 어머니의 장례 미사에 참석하고 전한 이야기입니다.
그 친구 어머니는 한평생을 아름답게 사시다가 여든아홉의 연세로 선종하셨습니다.
평소 고인의 뜻대로 시신까지 기증한 터라 묘지까지 갈 필요도 없이
장례 미사로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너무 짧게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나서 한편으로 허망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수녀님은
삶과 죽음이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면 예수님과 유다인들이 계속해서 갈등합니다.
유다인들은 삶과 죽음을 분리해서 이해하지만,
예수님께서는 하나로 보기 때문에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유다인들 눈에는 자신들의 믿음의 조상들이 죽음과 함께 사라진 존재로 보이지만
예수님의 눈에는 모두 하느님 안에 살아 있는 존재로 보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삶과 죽음이 서로 다르지 않으며 하나로 통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영원성 안에는 시간도 공간도 삶도 죽음도 하나입니다.
따라서 주님 안에서 삶과 죽음을 분리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우리는 살든지 죽든지 주님의 것”(로마 14,8)이라고
고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삶과 죽음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보면 우리의 두려움과 슬픔이 훨씬 줄어듭니다.
나이가 들수록 죽음을 자신의 삶에 초대해서 함께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살아 있을 때 주님 안에 살면 죽음은 슬픈 현실이 아니라 삶의 한 과정이 됩니다.
성부와 성령과 함께..
2011년 4월 14일
H-Sim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