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기경님의 진솔한 삶
진솔한 삶의 이야기 그 후 14/30년 운전기사의 회고&입안에는 말이 적고
H-Simon
2009. 5. 14.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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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달동네·판잣집 들르자 하셔"
"빨리 가자, 왜 급정거 했나… 불평 한번 안 하셨죠"
김수환 추기경의 자동차를 30년 동안 운전한 김형태(71·세례명
요한)씨가 '백미러를 통해 본 김 추기경'을 이야기했다.김 추기경
의 선종 후 슬픔에 잠겨 있던 김씨는 본지 기자에게 추기경을 모
신 자랑스러운 세월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사진 촬영에는 한
사코 응하지 않았다.
나는 김 추기경님의 발이었습니다. 1978년부터 전국 곳곳 안 다
닌 곳이 없었죠. 그중 달동네와 '하꼬방'(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판
잣집)을 참 많이 갔습니다. 교구 일과 성당 일로 정신없을 때도
틈만 나면 가난한 사람들을 위로하러 가셨지요.
처음 그분을 뵀을 때, 굳게 다문 입이 매섭고 차가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정 많은 분이라는 게 들통이 났지요. 어린
아이들과 청년들 앞에 서면 아이처럼 웃으시는 통 에요. 그럴 때
는 말수도 많아지셨습니다.
물론 힘든 때도 있었죠. 시절이 뒤숭숭하던 유신 때는 차를 타셔
도 한마디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원래 음악은 안 들으셨고. 몇
시간이고 기도만 하셨지요.나는 앞만 뚫어지게 보고 운전했고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분이 기도하실 수 있도록,살금살금 무
사고 운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딸이 셋입니다. 12년 전 정년(58세) 때 이미 그만뒀어야 했
는데 애들 결혼 다 시키고 손 주 볼 나이까지 일하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일흔 노인이 모는 차, 그거 불안 해서 어떻게 타느냐
고 하실 법도 한데 말이지요. 주례 잘 안 서시는 분이 제 딸자식
결혼 때는 선뜻 주례도 서 주셨습니다. 아,자랑할 것이 참 많군요.
작년 7월 입원하셨을 때, 김 추기경님은 "잠깐만 있다 나올 것"이
라면서 웃으셨습니다. 난 그 말만 믿었습니다.그런데 갑자기 하늘
나라로 가셨습니다. 멍하니 아무 것도 못하다가 밤이 돼 정신을
차리고 성당에 왔습니다. 30년간 요구란 게 없던 분이셨습니다.
시간이 없어도 한 번도 재촉한 적이 없으셨어요. "빨리 가자" "왜
급정거를 했느냐" 불평이나 요청 한 번 없었습니다.
30년 동안 말이죠.
추기경님, 이제는 이 늙은이가 요구해 보렵니다. 하늘나라에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서 또 제가 모는 차 타시라고요.
그 때는 사는 얘기도 많이 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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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 안에는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글/법정스님 ☆
입 안에는 말이 적고
그러고 보면 말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 말았어야 할 말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들,
하고 나서 곧장 후회되는 말들,
혹은 할 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흐른 뒤 허물을 느끼는 말들,
숯 한 말이 흐른 뒤에는
늘 상 그렇듯 공허함과 후회가 뒤따릅니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마구 끄집어 내면 후련해야 하는데
아무리 끄집어 내어 보아도 남는 것은 허한 마음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말로 인해 후회되는 일이 참 많 습니다.
후회하지만 사람 앞에 서면 또 한없이 늘어 놓게 됩니다.
그러고는 또 한 번 '아차' 하는 마음이 들지만 늦었습니다.
말에는 많은 허물이 따릅니다.
그저 그런 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인 말들은
별 일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침묵하지 않고 내뱉는 그것만으로도 작은 허물일 것입니다.
침묵하는 자는 복의 밭을 가꾸는 자입니다.
내뱉어 허물을 짓기 보다
아름다운 침묵이 내 삶의 잔잔한 속뜻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에 일이 적고
그러고 보면 짧았던 그간의 삶에는
온통 정신없던 일 뿐이었던 듯 싶습니다.
어느 한 순간이라도 일 없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한 고개 넘어섰다 싶으면 의례 또 다른 일 이 생기고,
아니 생 겼 다기 보다는 만들어 낸 것이 많았습니다.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이 이런 것 같이 느껴집니다.
온통 일을 껴안고 살아가는 것 말입니다.
일 없는 것이야 세상 사람 누구나 바라는 바 인데
누군 일이 있고 싶어 있겠느냐 싶겠지만,
사실 '일 있음' 보다 더 어려운 것이 '일 없음'에 머무는 것입니다.
조용히 아무 것도 안 하고 머물 시간이 주어 지면
사람들은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고 무언가를 하려고 듭니다.
우린 '일 없음'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일 없는 날에도 마음에서는 한 가득 일을 품고 있습니다.
쉬는 날에도 온전히 쉬질 못하고
복잡한 일을 잔뜩 마음에 품어
마음에서 일을 하며 여가를 보냅니다.
그러니 영혼이 진실로 쉴 수 있는 날이 드뭅니다.
우리의 영혼은 '일 없음'을 필요로 합니다.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살면
우리의 마음엔 무한 에너지가 공급됩니다.
모든 일을 다 하면서도 '일 없이' 할 수 있게 됩니다.
인생이란 이 긴 기간 가운데
일 없을 날이야 만든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날을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꾸 일을 만들어 내고 삽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만든 일을 가지고 스스로 괴롭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일이 없어야 좋겠다고 하지만
모든 일은 스스로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일상에 본래 일이란 있지도 않습니다.
'작의' '의도'를 짓지 않으면 자연히 일은 사라지게 됩니다.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살아야 하는 것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 좋은 글 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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